나의 문학/나의 시와 시조

포장마차 집

설정(일산) 2009. 7. 5. 09:04

포장마차 집

지성찬

가파른 시간에서 달팽이처럼 끄는 생활
허기(虛飢)에 바람만 차고 불꽃으로 사위는 목숨
석쇠엔 붉은 살점이 지글지글 타고 있고

섣달도 그믐밤은 바람으로 날리는 월력(月曆)
물 위에 뜬 고향의 달, 가스불처럼 흔들리는데
도마에 예리한 칼자욱, 스미는 핏물이여

낡아 해진 문틈으로 달마저 깨어진 하늘
푹 푹 빠지는 깊은 밤에 휘청거리는 가로수여
아가의 눈물자욱이 동전(銅錢)처럼 번져오고

연탄(煙炭)불빛이 흥건히 젖어오르는 밤일지라도
가난한 맑은 물로 씻은 얼굴은 청자빛 하늘
한 그릇 가락국수로 하루 해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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