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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달웅의 시-호박꽃
설정(일산)
2009. 10. 7. 19:03
호박꽃
권 달 웅
호박꽃이 흔들린다. 호박꽃 속에 벌이 날아들었다.
벌은 꿀을 따면서 꽃술을 뱅뱅 돌고 쉴 새 없이 다리털에
노란 꽃가루를 묻힌다. 호박꽃과 벌은 평생 고락을 같이 하는 부부 같다.
호박꽃은 수만 번 꽃을 드나드는 벌에게 한 줌 가량의 꿀을 준다.
비바람이 지나가고 벌집에 한 줌 가량의 꿀이 차오를 때
호박꽃엔 둥그런 호박이 열린다.
호박꽃이 흔들린다.
벌들이 잇달아 날아들었다.
미색 없어도 호박꽃은 만삭의 여자처럼 환하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