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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의 옹이 그릇
설정(일산)
2009. 10. 26. 17:11
옹이 그릇 |
임 영 석 |
나무를 이어 붙인 함지박을 너무 오래 써서 |
옹이가 쏙 빠져 나갔다 쏙 빠진 옹이 구멍으로 |
어린 아이 오줌 줄기 같은 물이 뻗어 나온다 |
오줌보가 꽉 채워져 더는 참지 못하는 아이처럼 |
옹이 그릇은 지난 세월 참았던 것들을 시원하게 내 뿜는다 |
나는 그게 너무 재미있어 함지박에 자꾸 물을 퍼 부었다 |
밭에서 일하시고 돌아온 어머니가 그 모습을 보시고 |
함지박 속 터지게 무엇하냐며 호통을 치신다 |
그 후로 몇 일이 지나 옹이 빠진 함지박 속이 확 터졌다 |
바싹 마른 것들만 담아 놓아야 했는데 |
우물 속 물을 길어 가득 부어 놓으니 목 마른 |
몸 틈틈이 물을 먹고는 지어미 생각에 |
얼마나 울었는지 몸이 퉁퉁 부어 몸을 뒤틀었던 것이다 |
지어미 생각하며 울던 옹이 그릇 함지박처럼 |
나도 술만 먹으면 오줌보 채워진 속을 비우며 |
고래고래 속 터지는 소리만 한다 |
지어미 생각하는 옹이 그릇 함지박을 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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