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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의 사철나무(시집<고래 발자국>중에서)

설정(일산) 2009. 11. 13. 22:55

사철나무

 

 임 영 석

 

사철나무 새순을 잘라 밭둑에 촘촘히 꽂았다

어린 것이 너무 일찍 집을 나와서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얼마나 울었는지

배냇니 같은 잎들이 시들시들 말라가며

그리움의 독을 토해낸다

사시사철 외로움이 없어 보이던 사철나무,

보름이 지나서야 물 한 모금 먹었는지

딱따구리가 굴참나무 쪼는 소리를 듣는다

문 없는 집을 허공에 지어 놓은 탓일까

어린 사철나무 울타리는 구름의 발자국 소리에

제 살 같은 어미의 온기를 전해 들었는지

서로 한 뼘씩 마음을 이어 붙인다

백년이 가도 천년이 가도 서로 손 놓지 않고

다정하게 살겎다는 푸른 마음

허공에 지어 놓은 내 집, 울타리가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