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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교의 다시 수유리에서

설정(일산) 2010. 3. 24. 08:01

다시 수유리에서

 

 박 시교

 

수유리에 오시려거든 되도록 비내리는 날

우산은 받지 마시고 그냥 오십시오.

가슴은 술로 데우게

겉만 젖어 오십시오.

 

우거진 상수리나무 숲길 지나 어느 등성이

굳이 정상 아디더라도 도봉 마주해 앉으면

마음 속 은밀한 앙금도

녹아나게 마련입니다.

 

비오는 날 수유리에 오실 때에는 또 한 가지

잊지말고 시계는 풀어놓고 오십시오

어차피 흐르는 세월은

물 같은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