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나의 시와 시조
지성찬의 월파정의 밤
설정(일산)
2010. 3. 30. 11:55
월파정(月波亭)의 밤
지성찬
월파정月波亭에 바람이 불면 달빛도 흔들린다
풀벌레 울음소리 바람결에 실려와서
흘러간 세월의 상처에 은침銀鍼으로 꽂히네
소나무는 기다리며 추사체秋史體로 늙어가고
헛도는 계절 탓에 실어증失語症을 앓고 있다
사념思念이 숲을 이루니 온 몸이 바늘이구나.
눈앞의 푸른 물로도 갈증을 풀지 못하고
이제는 몸도 무거워 가지마다 짐이 된다
언제쯤 세월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갈 것인가
월파정月波亭 빈 난간에 비단으로 감기는 달빛
결 고운 적막한 밤이 하늘로서 내려오면
숨겨 둔 옥(玉) 피리 하나를 꺼내보고 싶구나
생각에 생각을 더해도 열리지 않는 여정旅情
고독의 물결 위에 부초浮草처럼 피어있는
월파정月波亭 한 송이 꽃을 달빛이 끌고 간다.
(월파정月波亭: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소재 호수 공원에 있는 팔각형의 2층 단청丹靑 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