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나의 시와 시조
지성찬의 망초꽃 핀 언덕에 서면
설정(일산)
2010. 3. 30. 12:29
망초꽃 핀 언덕에 서면
지성찬
내 유년 높이만한 망초대 그 사이로
실바람 긴 꼬리를 흔들며 노닐 때면
다시금 살아서 오는 그 연두빛 편지 한 장
도랑물 둑을 따라 충만하게 흘러가고
무섭게 번져가는 초록빛 혼령으로
망초꽃 그렇게 핀다네, 가을을 예감하며
앉아서 그 눈 높이로 조용히 바라보면
망초꽃 그 사이로 교회 종탑도 보이네
종소리 끊긴지 오래된 내 유년의 좁은 층계여
가을이 오기 전에 망초꽃도 다 지고나면
이 언덕에 무슨 꽃을 다시 피워볼 것인가
망초꽃 그 마저 없는 하늘, 더 없이 허전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