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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청륭의 미당未堂의 하늘 외 1편
설정(일산)
2010. 4. 9. 08:37
미당未堂의 하늘 외 1편
박 청 륭
미당未堂 보낸 이튿날 해 그름
국화도 다 진 마당 구석에
수줍은 눈썹 초승달이 떴다
오늘은 조용하기만 한 바다
갯벌 멀리 떼 지어 지나가는
횃불 든 한센인 틈에
얼렁얼렁 그늘 진 미당未堂
그의 얼굴도 보였다
흰 두루마기 걸친 그들 부부가 넘던
에베레스트 눈 덮인 산등성이며
그대 하늘 끝없이 간*
저승 모든 것들까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 귀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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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重光
눈 온 일요일 아침 공원에 나가보았다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이게 누군가. 공원 가운데
실없이 허벌레 입 벌린 채 웃고 섰는
重光 그가 서 있지 않은가
그해 봄도 되기 전에 다 녹아 스러졌지만
눈 온 겨울이면
실없이 허벌레 입 벌린 채 웃고 섰는
重光
변함없이 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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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청륭 약력
1975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불의 假面’ 외 다수, 시론집 ‘현대시평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