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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수의 욕지도에 들다 외 1편

설정(일산) 2010. 4. 9. 08:44

욕지도에 들다 외 1편

 

 

최연수

 

 

섬에 오르니 섬이 보이질 않는다

 

횟집 유리창에 다닥다닥 붙어

안을 기웃거리는 소금기 절은 햇살들

씨부랄!  

사는 기 아무리 밥심으로 버틴다지만  

뭘 쳐먹어 똥이 이키 많다냐

문어 한마릴 움켜쥔 욕쟁이 할머니

툭툭- 바다 한 덩이를 토막내고 있다

시퍼런 칼날이 허공을 들었다 놓을 때마다

거친 욕지거리는 도마 위에서도 퍼덕인다

내장 다 뒤집히고도 꿈틀, 씨부렁거린다

집채만한 마음 안의 응어릴 녹여내는

한 몸이었던 파닥이는 바다의 저 여린 속살

섬의 목덜미 휘어잡고 시비 걸며

난바다가 방목하여 기르던 욕설들을 삼킨다  

목젖 끝이 지느러미로 떨리고

뻣뻣하게 혀가 굳는다

소주 몇 잔,

회 한 접시, 다 비운 뒤에야

내 단단한 심장을 뚫고 나오는 거친 부레들

트림처럼 자꾸만 터지는 내 안의 욕지도

 

늑골 근처가 뻑뻑하다.

 

 

 

 

 

 

 

무대에 서다

 

주산지 수면 위

사철 조용한 연주회가 열려요

방죽에 올라서면 누구나 하나의 악기이거나

악보가 되는 못, 지금은

비발디의 겨울이 동영상으로 지나는 중

철새들 깃 치며 오선 밖으로 날아오를 때에는

오래된 악보가 빗살무늬로 물결지고

까까머리 가문비나무 온몸 흔들며 음표 따라 읽네요

계절은 가온음자리 오르내리며

산비알에 노랑무늬붓꽃 피웠다 거두고

폭풍우는 트레몰로로 수면 두드리고 가요

간혹, 벌레 먹은 잎들이 둑 위에서 근심 마구 떨구다

팔랑- 주산지 UCC 음악회 속으로 투신하죠

철새들 떠나고 얼음 휘장 걷히면

수반 위에 박힌 진분홍 철쭉으로 출렁이는 오케스트라

쉿! 그새 잊으셨나요?

깊은 음감 느끼려면 더 조용해야 한다는 걸

나 꾀똥 눌 줄 몰라 자꾸 출렁,

생의 파문 변방으로 물결 져 갔지요

왕버들 뿌리 힘껏 당겨 팽팽하게 조율하기까지

흔들리는 하루 어디쯤 라르고로 연주해 볼까요

한번 올라 서 보시죠

악기이거나 악보가 되는 당신의 전생이

훤히 비치는 주산지 수변무대

 

 

 

첨부파일 최연수의 욕지도에 들다 외 1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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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수 약력:

경북 상주 출생

대구효성여자대학교 졸업

2008년도 서정시학(겨울호)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