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수의 욕지도에 들다 외 1편
욕지도에 들다 외 1편
최연수
섬에 오르니 섬이 보이질 않는다
횟집 유리창에 다닥다닥 붙어
안을 기웃거리는 소금기 절은 햇살들
씨부랄!
사는 기 아무리 밥심으로 버틴다지만
뭘 쳐먹어 똥이 이키 많다냐
문어 한마릴 움켜쥔 욕쟁이 할머니
툭툭- 바다 한 덩이를 토막내고 있다
시퍼런 칼날이 허공을 들었다 놓을 때마다
거친 욕지거리는 도마 위에서도 퍼덕인다
내장 다 뒤집히고도 꿈틀, 씨부렁거린다
집채만한 마음 안의 응어릴 녹여내는
한 몸이었던 파닥이는 바다의 저 여린 속살
섬의 목덜미 휘어잡고 시비 걸며
난바다가 방목하여 기르던 욕설들을 삼킨다
목젖 끝이 지느러미로 떨리고
뻣뻣하게 혀가 굳는다
소주 몇 잔,
회 한 접시, 다 비운 뒤에야
내 단단한 심장을 뚫고 나오는 거친 부레들
트림처럼 자꾸만 터지는 내 안의 욕지도
늑골 근처가 뻑뻑하다.
무대에 서다
주산지 수면 위
사철 조용한 연주회가 열려요
방죽에 올라서면 누구나 하나의 악기이거나
악보가 되는 못, 지금은
비발디의 겨울이 동영상으로 지나는 중
철새들 깃 치며 오선 밖으로 날아오를 때에는
오래된 악보가 빗살무늬로 물결지고
까까머리 가문비나무 온몸 흔들며 음표 따라 읽네요
계절은 가온음자리 오르내리며
산비알에 노랑무늬붓꽃 피웠다 거두고
폭풍우는 트레몰로로 수면 두드리고 가요
간혹, 벌레 먹은 잎들이 둑 위에서 근심 마구 떨구다
팔랑- 주산지 UCC 음악회 속으로 투신하죠
철새들 떠나고 얼음 휘장 걷히면
수반 위에 박힌 진분홍 철쭉으로 출렁이는 오케스트라
쉿! 그새 잊으셨나요?
깊은 음감 느끼려면 더 조용해야 한다는 걸
나 꾀똥 눌 줄 몰라 자꾸 출렁,
생의 파문 변방으로 물결 져 갔지요
왕버들 뿌리 힘껏 당겨 팽팽하게 조율하기까지
흔들리는 하루 어디쯤 라르고로 연주해 볼까요
한번 올라 서 보시죠
악기이거나 악보가 되는 당신의 전생이
훤히 비치는 주산지 수변무대
최연수 약력:
경북 상주 출생
대구효성여자대학교 졸업
2008년도 서정시학(겨울호)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