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나의 시와 시조

안성강安城江의 돌

설정(일산) 2009. 7. 4. 18:22

 

안성강安城江의 돌

 

  지 성 찬

 

몸은 본래 뜨거운 불에서 태어났으되

물이, 물이 좋아 물에서 살았느니

천년이 또 흐른다 해도 물이 될 수 없구나

 

지척의 발걸음이 만년도 어려워라

불치의 아픔을 먹고 그 자리에 버려져도

모습을 뵈지 않는 물을 따라 나서지 않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몸은 점점 작아지고

차디찬 이끼들만 천형天刑처럼 푸르러라

얼마큼 세월이 흘러야 이 짐을 내려놓나

 

어쩌다 옮겨진 자리 새 하늘이 달려오네

입을 열지 않아도 범접할 수 없는 말씀

눈으로 볼 수 없는 무게여, 보이면 사라지는

 

아득한 달빛에서 펼쳐지는 광대무변廣大無邊

어쩌면 가냘프게 들릴듯한 피리소리

침묵의 강가에 앉은, 내 가슴의 돌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