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나의 시와 시조

경포대서 온 편지

설정(일산) 2009. 7. 5. 16:01

경포대서 온 편지

 

지성찬

 

대관령 비가 내리면

경포대만 젖는구나

하늘 한 조각 떨어져서

호수를 이루었나니

아무리 바람 불어도

구겨지지 않는 가슴

 

수많은 사람들이

이 준령을 넘었거니

능선을 바라보며

오죽烏竹은 초연超然했다

오늘을 꼿꼿이 세워

댓잎 같은 기침을 한다

 

경포호 별이 떠도

봐주는 이 없는 저녁

조금은 깨진 달이

가만히 내려와서

피로한 경포대 허리를

주무르고 있구나

 

요즈음 그 무슨

언짢은 일 있으신가

물 위를 거닐다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달

아이들 심술 같은 구름만

일으키고 가는 달

 

수없이 비는 내려도

바다는 푸른 빛이네

오늘 여기 서서

그 물빛을 보는 나그네

세월에 하얗게 바랜

흰모래를 읽고 가네

 

경포호 갈대숲에

바람이 엎어진다

물 먹은 갈대들이

하고픈 말이 있어도

오로지 소리 없는 몸짓

몸짓으로 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