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나의 시와 시조

사계-봄,여름, 가을, 겨울

설정(일산) 2009. 7. 5. 16:42

사界

-봄

 

지성찬

 

매화 향그런 바람

눈 속에 일고 있다

 

돌담 아래 파란 싹이

붓끛처럼 밀고 있다

 

산등성 푸른 솔밭의

저리도록 맑은 숨결

 

이끼 서린 우물가에

해를 푸는 아침이여

 

아이들 재잘대는

개나리 입을 열고

 

아가씨 치맛자락에

불이 붙는 진달래

 

..................................................

-여름

 

두견의 피 울음을

세월에 퍼 담으면

 

그 무거운 침묵 속으로

흘러온 이야기는

 

천년도 한나절 속에

파랗게 묻어나고

 

혀끝이 갈라지듯

불을 켜는 맨드라미

 

이파리만 너훌대는

비탈진 옥수수밭에

 

줄줄이 선 식솔들이여

매듭 매듭 키운 손길

 

먹물 같은 밤에 나 홀로

별 하나로 걷는 꿈길

 

석간수 같이 투명한

생명의 아침이 오면

 

그 밤을 훌훌 벗고서

일어서는 여름 산맥

 

..........................................................

 

-가을

 

그 꽃은 시들어도

열매로 익는 젊은 날들

 

안으로만 감싸 온

해가 된 빨간 잎새

 

그 하늘 이리 높아라

색色으로 만 말하리

 

옥玉돌을 가는 소리

계절을 담는 소리

 

나무 나무마다

제 키대로 걸어온다

 

언덕은 숨이 가빠서

상기되어 붉어라

 

..........................................

 

-겨울

 

인정은 물일레라

굳어간 어름이여

 

얼어붙은 그 바닥에

눈서리 차가와도

 

티없는 청자빛 하늘을

걸어보지 않으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