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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환의 뼈 외 1편
설정(일산)
2009. 8. 27. 13:05
뼈 외 1편
송 진 환
건어물 전에, 마른 뼈들
주렁주렁 매달리거나 누웠다
더러는 꼬챙이에 꽂혀
꿈들 다 잃어버린 채 마를 대로 말라
살도 이미 뼈로 굳었다
앙상한, 뒤집힌 저 몸뚱어리
정신이 머물 곳은 어디에도 없다
파리들 자꾸 날아든다
주인은 연신 부채로 파리들 날려보지만
뼈는 이제 소생할 수 없다
파도소리 아득히 멀어진 지 오래고
8월의 햇살만
건어물 전 주검의 냄새 위를 풀풀
날아다닌다
뼈는 지금 풍장 중이다
변비
송 진 환
그날 아버지도 이 변기에 앉아
당신의 통로가 막혀 한없이 절망했을지 모른다
오래 앉아
아득히, 아득히 저편으로 아버지의 용쓰는 소리 듣는다
어제 밤 꿈속에서 아버지는 슬프게
날 보고 계셨다, 어쩌면
당신의 살아 막막했던 날들 내게서 보고 계셨던가
무겁다, 뒤가
삶은 때때로 까닭 모르게 막혀
그 물꼬 쉬 찾지 못한 채 실없이 용만 쓰다 끝내는 피 흘려,
무진 아픈 것을
이만치 아버지의 나이쯤에서 어렴풋 아는 이 우둔함
나를 또 그렇게 막히게 하는 까닭인가
이 아침,
그 막힌 것 한 번 뚫어볼 요량으로
기도처럼 간절히, 온몸으로 벌겋게 벌겋게 오래 용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