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새책 또는 글 소개

이승현의 원정매 외 1편

설정(일산) 2009. 8. 27. 13:18

원정매




                         이 승 현


꽃 틔울 각질마다

쿨럭이는 가쁜 숨결

지난 가을볕마저 겨울 산이 얼려 놓았나

밑둥치

잿빛 나이테

바람을 풀고 있다


“내 나이 이제 칠백 살만큼 살았는지, 봄볕도 저리 저리 앞길 열어 놓는데 이렇게 힘들어서야 꽃 한 잎 틔울라나”


환청으로 다가서는

가지 끝 어눌한 말

나부끼는 만장으로, 만장으로 나부껴서

빛 붉은

매화도 한 폭

걸어 본다, 하늘가



.................................................


모반을 위한 독배


 이 승 현


                                                              

반항을 위한 독배를 깡으로 마신 날은 창공에 삿대질 하고 땅위에 토악질 하며

술독에 절은 콧등으로 어퍼컷도 날려본다


나는 왜 이런 날은 붉은 감을 딴다며 어찌해, 어찌하여 해를 찌르곤 하는지

아무리 취중이라지만 빛마저 흡입하려하나


날을 벼린 술독이 성문을 열어 체치고 빙하기 서릿발로 무차별 역습한다면

꺾어진 빗자루처럼 내동댕이쳐지고 말텐데


미친 척 하고 싶어도 그리 할 수 없는 게 처절한 이 길바닥에 어디 술자리뿐이냐

이 빠진 소주잔에다 슬픔 하나 또 붓는다





이승현)

2003년 유심 신인상 수상, 나래시조시인협회, 열린시조학회,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회원, 나래시조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