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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황의 워낭소리 외 1편
설정(일산)
2009. 8. 27. 16:38
워낭소리, 외 1편
김 재 황
울린다, 먼 산 너머 돌밭 가는 워낭소리
꿈결인 양 복사꽃은 피었다가 바로 지고
새벽에 산자락 타면 소 울음도 들린다.
고향 녘 바라보면 그저 착한 그 눈망울
흘러가는 구름 밖에 시린 마음 놓아 두고
슬픈 듯 안쓰러운 듯 소의 눈이 젖는다.
그린다, 멍에 하나 휜 하늘로 얹어 메고
저 멀찍이 비탈길에 가시 숲이 우거져도
묵묵히 수레를 끄는 황소 숨결 살린다.
남한산성 길을 걸으며
여기를 얼마 만에 다시 방문한 것인가
까마득한 그 기억은 나무 뒤에 숨었지만
눈 뜨고 산길 오르는 내 발걸음 시리다.
성벽은 둥그렇게 옛 얘기를 가뒀으나
동서남북 네 성문은 이끼 푸른 입을 열고
올 일이 지난 일보다 무겁다고 말한다.
바람이 갑옷 입고 귀를 여는 수어장대
머뭇머뭇 깃발 앞을 먼 북소리 지나는데
저 아래 도시 한복판 내 그림자 눕는다.
프로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시조집 ‘내 숨결 네 가슴 스밀 때’
‘그대가 사는 숲’ ‘콩제비꽃 그 숨결이’ ‘국립공원기행’ ‘묵혀 놓은 가을엽서’
및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세상’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등.
한국녹색시인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최근에 산문집 ‘숫시인 싯다르타’를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