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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교의 애벌레 포비아 외 2편

설정(일산) 2009. 8. 28. 19:48

애벌레 포비아*

 

   신 교

 

소녀는 아홉 살이었다 민트향을 날리는 동네 청년은 햇살이 너무 고와서 인지 석 잠 잔 누에를 “어흥!” 소녀 얼굴에 들이밀었다 몸통이 굵고 발이 많은 괴이한 앞모습으로 버둥대는 누에를 처음 보는 소녀는 폭삭 무너졌다

소녀는 처녀가 되고 엄마가 되고 아줌마가 되고도, 그 벌레는, 호랑이 보다 밤길 보다 강도 보다 무서웠다

 

웃음과 웃음 사이에서는 잠복을 즐기고, 관계상 실익이 불안정하면 여지없이 차갑고 물컹한, 그 징그러운 몸을 날려 휘감겨온다 때로 실 눈 뜨고 교활한 뒷걸음, 그 묘수라니!

어쩌다 그 벌레를 내부로 들이게 되었을까 자신의 몸속에 징그러운 벌레가 우글댄다는 사실을 알기는 할까

그 작자에게 특수거울을 선물하면 어떨까, 좋은 생각일까

 

 

*공포에 가까운 혐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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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신 교

 

 

북악산 하산 길에 만난 새둥지, 주먹 만 한 빈 둥지를 보노라니, 한 때 거기 살았을 공깃돌만한 알이며 목을 힘껏 빼내어 치켜들고 부리를 짝 벌려서는 성근 발가락으로 형제들을 마구 짓밟으며 어미가 물어 온 산 먹이를 서로 받아먹겠다고 아우성쳤을 빨간 새끼들, 어린것들을 생각해 본다 무사히 잘 키워 데리고 나갔는지, 넓은 세상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잘 컸는지...... 비바람에 허름해진 둥지에 찬바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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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존의식

 

 

 신 교

 

주천강 강 중간에 넓적한 바위위에서 골뱅이를 삶아먹는 두 사람 눈에 은빛 물고기 한 마리가 포착된다 보호색인지 바위 색깔과 흡사한 물고기가 사람 눈에 뜨인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꼬장한 자태 선명한 인물 푸른 물 냄새, 바위 아래로 흐르는 물 냄새와는 다른, 먼 곳의 물 강 냄새 성대한 의식을 치루 듯 두 손으로 치켜들고 하늘에 고한 후 제 자리에 내려 놓는다 물고기 외형 기사6하원칙 기술 (발견장소)

 

여명이 오려면 두어 시간은 더 흘러야하고 간간이 아파트 단지로 들어오는 차소리를 듣는 밤, 화장대 제일 윗 설합에서 물고기가 나온다 먼 어느 곳의 강 어귀의 물푸레나무 아래로 흐르는 강물 소리가 난다 고고한 자의식 독존의식에서 아직 깨지못한 고대어는 시멘트 갑속 프라스틱 가구들 사이에서 태고의 잠을 아직 깨지못하고 있다

 

 

나는 협곡을 지나 **사막을 건너 남쪽 유성을 찾아가기 위해 잠시 나와 맞대어 앉은 고대어***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