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은의 하늘 고해소 외 1편
하늘 고해소
강영은
와, 하느님의 촛대다
아침 햇살 아래 너울거리는 목련나무를 보고
탄성을 내 지른다
목련나무 타원형 꽃봉오리들이
하느님의 고해소를 밝혀드는 촛불 같다
첫 영성체의 두근거리는 가슴 속,
내 첫 번 째 죄목은 연두 빛 이파리를 숨겨둔 죄
피지 못한 사랑을 간직한데 있으니
목련 촛대 향해 나도 모르게
고해 성사 한다
주여,
나를 사랑한 자를 사하여 주지 않은 것 같이 나를 사하여
주지 마옵시고 다만 슬픔에 젖게 하소서
간 밤, 목동좌의 길 잃은 별빛이 내려앉았을까
촛농 하나 흐르지 않는 꽃자리가
별빛처럼 고요히 타 오른다
하늘 고해소를 지나 온 나는 이제
수천, 수만 개의 촛대를 켜든 목련나무를
양치기별이라 부르겠다
방목당한 봄날이 하얗게 핀다
그를 훔치다
강영은
유성빌딩 현판에 별 하나 걸려 있다
그 별의 이름은 흐르는 별이지만 대리석 빌딩에
단단하게 못 박혀 있어 흐르지 못한다
별빛이 흐려지는 날이면 그 별을 훔치는 남자가 있다
그는 부드러운 목면에 침 퉤퉤 뱉어 광약을 매기고
손바닥의 얼룩이 없어질 때까지 별을 훔친다
얼룩진 손바닥 안에서
별은 먼 우주로 흘러갈 듯 반짝거린다
별꽃처럼 무성하게 돋아나는 이 도시의 불빛들
명멸하는 그 빛들도 그가 훔친 것인지
나는 밤마다 그의 손바닥을 그려보곤 한다
흐르는 별이 유독 많은 밤이면
먼지 묻은 손자국만 남기고 사라졌을까 봐
허공의 안부를 먼저 묻는다
허공 속에는 보이지 않는 별들이 무수히 반짝인다
오늘은 그가 그 별들을 다 훔쳤는지
허공이 유달리 맑다
허공 속, 어디선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엄마별, 아빠별을 훔치고 싶어
흐르는 별을 붙들고 있는
그를
오늘은 내가 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