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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주의 바람의 장례식

설정(일산) 2009. 8. 28. 22:10

 

 

 

 

 

 

바람의 장례식

 

 

 

 

 

 

 

 

정용주

 

 

 

 

 

 

 

 

꽃잎에 붙어있던 흰모시나비 하늘하늘 날아간다

원두막에 늙은이 하나 누워서 쳐다본다

 

수건 얹은 목침 고쳐 괸다

둘둘 말린 바지 속 거죽이

허옇게 일어난 정강이뼈

 

쉬파리 떼의 혀쯤으로는

빨아먹을 수도 없는

말라빠진 두더지 발

 

가물가물 놓치는 이승의 잠

바람이 염殮을 한다.

 

 

한 바가지 물

 

 

 

물줄기 마른 계곡

한 바가지 물속에

가랑잎 가라앉아 있다

흙먼지 낀 가랑잎에

벌레들 기어 다니며

길을 내었다

한 바가지 물 가랑잎 위에서

눈이 큰 어린 물고기

헤엄쳐다닌다

눈금이 줄어드는 걸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