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새책 또는 글 소개

김지하의 나 한 때

설정(일산) 2009. 9. 5. 08:41

나 한때

- 김 지 하 -


나 한때
잎새였다

지금도
가끔은 잎새

해 스치는 세포마다
말들 태어나
온 우주가 노래 노래부르고

잎새는 새들 속에
또 물방울 속에
가없는 시간의 무늬 그리며
나 태어난다고
끊임없이 노래부르고 노래부른다

지금도
신실하고 웅숭스런
무궁한 나의 삶

내 귓속에
내 핏줄 속에 울리는
우주의 시간

나 한때
잎새였다

지금도
가끔은 잎새

잊었는가
잎새가 나를 먹이고
물방울이 나를 키우고
새들이 나를 기르는 것

잊었는가

오늘도
잎새 속에서

뚫어져라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