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나의 시와 시조
심학산에 올라
설정(일산)
2009. 6. 29. 17:34
심학산에 올라
지 성 찬
한 여인이 관을 쓰고 강을 바라 누워 있구나
가슴에서 발끝까지 휘감은 초록 비단
먼 하늘 그리는 이여 사념에 젖어있다
가슴에 검은 진흙을 안고서 사는 것은
한 목숨 놓을 수 없는 어머니 사랑이거니
바람도 여기에 와서 마음껏 울고 간다.
햇살이 은혜처럼 뿌려지는 구산동에
산새들 맑은 음표를 나뭇잎에 새기는 오후
점백이 고양이 한 마리 그늘에 숨어 잠을 잔다.
가슴 깊은 곳에 큰 바위가 자리 잡아
시시로 명치끝을 치밀면서 괴롭혀도
긴 세월 맑은 눈물은 꽃이 되어 흘렀다
심학산 고운 피부를 사람들이 파고들어
붉게 해진 속마음을 다독일 수 없어라
이 땅을 지켜온 역사를 너희가 어찌 알리
하루해가 먼 바다로 가라앉을 즈음에는
논바닥 하얀 황새는 긴 다리로 서성이며
하루의 남은 생각을 뒤적이고 있었다.
적막한 밤이 내려 먼 길에서 달이 오고
멀리 솟은 아파트의 불빛은 보석이구나
이 밤을 지키는 것은 작은 불빛이어라.
*심학산: 고양시 일산구 구산동 소재의 산 이름
(불교문예 2008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