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일산) 2009. 9. 8. 15:08

 

 

 구재기

 

한 마리의 개가

기둥에 튼튼히 묶여 있다

묶인 끈을 끊지 못하는 개는

주변을 빙빙 돌며

두 눈 가득 먼 산을 안을 뿐이다

개에게 주어진 주변에는

밤새 속앓이 한 개똥이

앙살부리듯 또아리를 틀고 있다

낯선 사람들의 구원이라도 받을까

온 힘을 다하여 컹컹 목소리를 내보지만

몇 발 다가서던 발길도 기겁하여 달아난다

지친 심신을 달래며, 일생으로

주변을 돌며 살아갈 수밖에 없구나

땡볕 아래 헐떡이며 늘여지는

한 여름의 개, 그 긴 혓바닥의 운명이여

기둥에 묶인 낯익은 육신 하나가

끊임없이 제 주변을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