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노래 - 이기철
가을엔 상한 열매라도 코에 대면 향기롭다
이 맑은 햇살 아래 人工(인공)의 보석 한 알 내어놓은들
누가 그것을 익은 열매보다 귀하다 하랴
어떤 상인도 들판 가득한 열매들을 私載(사재)할 수 없고
어떤 농부도 씨앗 보듬은 열매들을 제 것이라 하지 못한다
들판아, 더 큰 사랑아, 이제 네 짐이 무겁거든
저 드난살이에 못이 박힌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라
생애에 집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들판의 이름으로 오늘 주소를 쓰고
남의 평안을 묻지 못한 사람들은
물의 이름으로 오늘 안부를 띄운다
하루도 공으로 지나갈 수 없는 땀방울의 나날들
두엄 세상을 걸어온 발은 이제 그만 가자고 외치지만
수수 이삭 이고 누운 들판이 내 발의 나태를 받아주지 않는다
열매가 썩어 마침내 밭의 살이 되는 가을날
명주실 같은 이 빛살 아래서는
쫓기는 사람들도 잠시 손잡으면 따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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