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새책 또는 글 소개

임영석의 無題(시집<고래 발자국>중에서)

설정(일산) 2009. 11. 21. 08:43

無題

 

임영석

 

칡넝쿨 소나무를 옥죄어

단단한 소나무가 뱅뱅 뒤틀려 있다

칡넝쿨이 어린 순이 살금살금 오를 때는

간지러워 키득키둑 웃었을 소나무,

제 몸을 꽁꽁 묶으리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간지러움을 피우고

소나무가 키득키득 웃는 사이

소나무의 몸에 주리를 틀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면

발톱이 부러졌을 칡넝쿨,

그도 제 재롱에 늙는 줄을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