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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예의 왈가닥 외 1편

설정(일산) 2009. 12. 6. 08:35

왈가닥 외 1편

 

 

유순예

 

 

남자처럼 덜렁거리며 수선스러운 여자.

작고 단단한 물건들이 거칠게 부딪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명사 부사 따질 바에는 막걸리나 들이키겠다는 여자,

치맛자락 팔랑이는 게 거추장스러워 건빵바지를 즐겨 입는 여자,

뚝배기 깨지는 소리로 말을 해놓고 슬그머니 미소 짓는 여자,

가끔 서서 오줌을 싸 보다가 혼자 낄낄대는 여자,

술의 장난질에 치약으로 뒷물하다 거기에 불을 낸 적 있는

여자,

 

밥숟가락 들고 화장실로 뛰어가다

왈가닥,

 

종종걸음으로 돌너덜길을 즐기는,

그녀의 애칭이다.

 

 

  ................................................

 

떽떽거리다

 

 

 

바꿀 수도

입을 수도

애매한

 

새로 산 옷이 맞지 않아

애먼 가슴에 한숨을 퍼붓는데

앞 집 개가 떽떽거린다

 

어이 푼수,

컹컹 커?

 

언제부터 내가 푼수가 되었지?

 

애먼 가슴에 의문을 던지는데

또 떽떽거린다

 

옷에 너를 맞춰!

 

짐승의 말을 알아듣다니,

애먼 글자판을 두들겨 패는데

앞 집 개가 콧대를 세운다

 

컹컹 떽!

 

 

 

 유순예 약력:

 

1965년 전북 진안 출생.

2004년 시 「가랑잎 편지」외 9편으로〈부산시인협회〉신인상 수상.

2007년 〈시선〉 특별신인발굴「찔레꽃」외 9편으로 당선.

*시집『나비, 다녀가시다』(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