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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의 나의 생은 자작나무 까풀처럼 얇다 외1편

설정(일산) 2010. 5. 6. 15:58

나의 생은 자작나무 까풀처럼 얇다 외1편

 

최 숙

 

산을 오르며 산을 내려가는 사람에게 묻는다

정상은 멀었나요

세상은 절박한 오르막과 내리막 범벅이다

보이지 않은 정상 향하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사람에게 또 묻는다

정상은 멀었나요

나의 욕심 자작나무 껍질 마냥 덕지덕지해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돌멩이 굴러 정강이 때린다

정상은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라고

마음을 바꾸어 먹고 난 후

나의 생은 자작나무 까풀처럼 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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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

 

햇살 토끼 꼬리만큼 자란 날

냉이를 캐니 뿌리가 끊긴다

죽자고 땅이 붙잡고 놓아 주질 않는다

아직도 언 땅 속은 어머니의 마지막 손처럼 차고

 

깊다

 

내 몸의 뿌리인 어머니는 무얼 하고 계실까

 

하루 내내 궁금해 생각의 호미질 하다가

행여나 내가 어머닐 붙잡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가야할 곳 가지 못하는 건 아닌지

느닷없는 슬픔에게 수의를 입혀 나 혼자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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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 약력: 양구 출생, 2003년 계간<시현실>로 등단

강원여성백일장 장원, 신사임당문예백일장 장원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