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그 이름을 얻기까지
지 성 찬
노란 장다리꽃이
하늘에 봄을 뿌리던
어느 날 오후
한 남자가
우연히 나비의 번데기 하나를 발견했다.
며칠이 지난 후
그 번데기의 작은 구멍이 뚫린 것을 보고
그 작은 구멍으로
나비가 빠져나오려는 것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있는 힘을 다해서
나비는 그 작은 구멍으로 나오려고
수 없이 나래를 파닥이며 시도해 보았지만
조금도 진전이 없었다.
안타깝게 지켜보던 그는 친절하게
나비를 도와주기로 결심하고는
가위를 꺼내 와서 그 번데기의 구멍을
크게 잘라주었다.
나비가 아주 쉽게 번데기에서
빠져나왔을 때
몸통은 크게 부풀어 있었고
날개는 주름이 접힌 채 쭈글쭈글한 모습이었다
때가 되면
날개는 더 커지고 몸을 지탱할만큼
튼튼해지리라 믿었기에
계속해서 그 나비를 지켜보았지만
결코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날 수 없는 나비는
퉁퉁한 몸과 쭈글쭈글한 날개로
일생을 땅을 기어 다니며 살았다.
-결코 날 수 없는 나비는 나비가 아니었다-
나비에게 장애물처럼 보였던 그 작은 구멍은
하늘을 날 수 있는 福의 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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