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나의 시와 시조

나비 그 이름을 얻기까지

설정(일산) 2015. 12. 15. 15:52

나비, 그 이름을 얻기까지

 

 

지 성 찬

 

노란 장다리꽃이

하늘에 봄을 뿌리던

어느 날 오후

한 남자가

우연히 나비의 번데기 하나를 발견했다.

 

며칠이 지난 후

그 번데기의 작은 구멍이 뚫린 것을 보고

그 작은 구멍으로

나비가 빠져나오려는 것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있는 힘을 다해서

나비는 그 작은 구멍으로 나오려고

수 없이 나래를 파닥이며 시도해 보았지만

조금도 진전이 없었다.

 

안타깝게 지켜보던 그는 친절하게

나비를 도와주기로 결심하고는

가위를 꺼내 와서 그 번데기의 구멍을

크게 잘라주었다.

 

나비가 아주 쉽게 번데기에서

빠져나왔을 때

몸통은 크게 부풀어 있었고

날개는 주름이 접힌 채 쭈글쭈글한 모습이었다

 

때가 되면

날개는 더 커지고 몸을 지탱할만큼

튼튼해지리라 믿었기에

계속해서 그 나비를 지켜보았지만

결코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날 수 없는 나비는

퉁퉁한 몸과 쭈글쭈글한 날개로

일생을 땅을 기어 다니며 살았다.

 

-결코 날 수 없는 나비는 나비가 아니었다-

 

나비에게 장애물처럼 보였던 그 작은 구멍은

하늘을 날 수 있는 福의 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