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와서
박경용
소리로 와서, 네가 소리로 와서
귀와 눈을 함꺼번에 뜨게 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 순간을 나는 아낀다.
눈 한번 깜짝할 사이도 못되는,
침 한번 삼낄 사이도 못되는
그런 순간을 나는 귀히 여긴다.
오오, 소리여 소리여
캄캄한 오성(悟性)을 깨우는 소리여.
그래서 너를 아낀다.
귀히 여길밖에, 귀히 여길밖엔 없다.
빛으로 와서, 네가 빛으로 와서
눈과 귀를 한꺼번에 뜨게 하는 일은
일찍부터 내겐 드문 일이 아니지만.
[출처] 한결추천시메일-1591(박경용 시인作 /소리로 와서) |작성자 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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