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 보법
채천수
다시 침묵을 위해 문을 닫는 산에 든다
빈 나날 이 허망에 무릅까지 오는 낙엽
헛디딘 발자국 찾아 내 여기 또 왔네
이마를 타고 앉던 굽이친 능선들이
뒷덜미 잡아채서 푼수대로 이던 하늘
흰구름 건너던 낮달 고삐되어 걸렸었지
힘겨운 한 마루 발 아래 굽어보니
버리면 쉬웠으리 부질없는 짐보따리
이제야 호흡 낮추어 걸음 사려 놓는다
무딘 날 날을 세워 비뚠 가지 잘라내고
목숨의 눈 먼 둘레 얼룩도 닦아내고
다시금 햇살 창창할 꿈을 찾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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