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새책 또는 글 소개

이문재의 마흔 살

설정(일산) 2009. 8. 26. 18:44

마흔 살

 

    이문재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 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 떼를 세어 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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