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새책 또는 글 소개

정용국의 추사의 바다

설정(일산) 2009. 9. 5. 09:52

秋史의 바다

 

 

                                  정용국

 

 

 

 

 

北靑* 칼바람이 할퀴고 보채는 밤엔

 

글씨도 힘에 겨워 일어서다 무너지고

 

한 획이 천 리만큼 씩

 

마음 밖에 서있다.

 

 

 

생각을 짓이기고 뛰쳐나간 글씨는

 

욕심을 끌어안고 긴 밤을 앓고 와선

 

오만도 다 내려놓고

 

舍利로 앉아 있네.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가을 물을 닮은 글씨가*

 

잔물결 잠이 들어 온 세상 다 비치는

 

海印의 장엄 속에서

 

새벽길을 나선다.

 

 

 

* 北靑 : 함경남도에 소재한 추사의 유배지.

 

* 秋水文章不染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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