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새책 또는 글 소개

문정희의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설정(일산) 2009. 9. 5. 10:41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 문정희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면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숨죽여 홀로 운 것도 그때였을 것이다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을지도 몰라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으면

당신을 못 볼지도 몰라

입술을 열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

 

한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을

꽃 속에 박힌 까아만 죽음을

비로소 알며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나의 심장이 지금 뛰는 것을

당신께 고백한 적이 있다면........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절박하게 허공을 두드리며

사랑을 말한 적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나의 문학 > 새책 또는 글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신선의 가을 고해  (0) 2009.09.05
노향림의 개밥바라기 별   (0) 2009.09.05
김원각의 산촌일기.9 적막  (0) 2009.09.05
이용도의 그리움  (0) 2009.09.05
이호우의 달밤  (0) 2009.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