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문단의 평가

한결 임영석-지성찬의 질그릇에 대하여

설정(일산) 2009. 9. 14. 14:13

질그릇

 

지성찬

 

버려진 흙이었네 아무도 돌보지 않는

갈증에 물을 주고 가슴에 불을 질러

질그릇 하나쯤은 건지리, 모두를 태운 후에

 

진솔하게 빚었기에 질박한 자태지만

깨끗한 가슴으로 사랑을 담아내면

진리로 변하는 금그릇, 부러울 것 없어라

 

비워서 소망 있고 채워지면 충만이라

무소유가 소유인 것, 알고 보면 낙도(樂道)의 삶

언젠가 돌아갈 본향(本鄕), 새빛으로 살아있네

 

지성찬 시집 『 대화동 일기 』, 〈 문학공원 〉에서

 

설정 지성찬 선생에게 나는 마음의 빚을 많이 지고 살았다. 요즘에서야 그 빚을 조금씩 갚아드리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갚아도 갚아도 이자는 더 늘어나는 것 같다. 마음의 무엇을 하나 주면, 선생께서는 둘을 내게 건네주기 때문이다. 그 인연이 벌써 20년의 세월을 훌쩍 넘었다. 선생께서 고희의 나이에 다가서 있으니 말이다. 선생의 여섯 번째 시집 『 대화동 일기 』를 받고, 삶의 그릇이라는 것이 어렵게 만들어 지면서도 쉽게 금갈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얼마나 무용하고 유용한지를 잘 보여주시고 있다. 「 질그릇 」은 선생의 삶과 같은 모습이다. 즐거운 삶의 자세가 무엇인지,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자세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람의 몸도 질그릇 같은 것이라 했으니, " 비워서 소망 있고 채워지면 충만이라 / 무소유가 소유인 것, 알고 보며 낙도의 삶 / 언젠가 돌아갈 본향, 새빛으로 살아있네" 라는 싯귀 속에 사람이 사는 모든 이치를 담아두고 있다. 나눌 줄 모르면 채울 줄도 모르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눈길을 주어야 풍경이 내 마음에 들어오는 것 처럼, 선생의 시는 사람이 사는 일용의 마음 속에 있다.  하루 하루가 질그릇 빚는 마음으로 사시는 것을 보며, 무병하고 강건하시여 또 다른 삶의 그릇을 마음 껏 빚어주기만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