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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찬의 시조 <목련꽃 밤은">에 대하여-남진원

설정(일산) 2009. 9. 26. 19:17

*좋은 시조를 찾아 - 2. 지성찬의 ‘목련꽃 밤은"

 

    남 진 원 글

 

 

  꽃은 시인들에게 하나의 시적 화두이다. 그 아름다움에 취하고 반하여 끊임없이 시의 대상으로 삼는다. 지성찬 역시 목련꽃에 대한 비감과 서정을 놓치지 않는다. 문제는 그 꽃에 대한 이미지를 얼마나 수용하고 육화하여 감동있는 작품으로 드러내는가 하는 점이다. 고래로 많은 시인들이 꽃을 노래하였지만 큰 감흥을 자아내는 작품은 흔치 않다.

지성찬의 ‘목련꽃 밤은’ 그런 면에서 대단히 성공한 작품이다.

 

목련꽃 밤은

 

  지성찬

 

나무는 서성이며

백년을 오고가고

 

바위야 앉아서도

천년을 바라본다

 

짧고나, 목련꽃 밤은

한 장 젖은 손수건

 

 

   단시조이지만 그 속에 강한 울림을 담고 있다. 시조의 묘미는 단시조에 있다. 짦은 3장 속에 압축하여 불어넣은 시혼은 팽팽하다 못해 터질 듯 강한 숨결을 뿜어내고 있다. 목련꽃의 아름다움과 지는 아픔을 한 장 젖은 손수건으로 대신 한 점이 압권이다. 목련꽃이 지는 짧은 한 순간의 밤이지만 백년을 버티는 나무 보다도 길고 천년을 바라보는 바위 보다도 진한 아름다움의 정취를 느낄 수 있으니 목련의 순간적인 아름다움은 곧 영원성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한 장 젖은 손수건으로 남게 된다.

 

   시인 지성찬은 1942년 충북 중원군에서 출생하여 경기도 안성에서 성장하였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방기업 대표를 맡으며 생활했다.

1959년 정부 주최로 열린 전국시조 백일장에서 입선하였고 시조문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는 ‘서울의 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