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새책 또는 글 소개

공광규의 법성암(시집 <말똥 한 덩이>중에서)

설정(일산) 2009. 11. 9. 14:44

 법성암

 

  공 광 규

 

늙은 어머니를 따라 늙어가는 나도

잘 익은 수박 한 통 들고

법성암 부처님께 절하러 갔다.

납작 납작 절하는 어머니 모습이

부처님보다는 바닥을 더 잘 모시는 보살이다

평생 땅을 모시고 산 습관이었으리라

절을 마치고 구경 삼아 경내를 한 바퀴 도는데

법당 연등과 작은 부처님 앞에  내 이름이 있고

절 마당 석탑 기단에도

내 이름이 깊게 새겨져 있다

오랫동안 어머니가 다니며 시주하던 절인데

어머니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어머니는 평생 나를 아름다운 연등으로

작은 부처님으로

높은 석탑으로 모시고 살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