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 붓글씨
공 광 규
시냇가 미루나무 여럿
들판 캔버스에 그림을 그립니다
바람 부는 날은 더 열심히 그려댑니다
곧은 길만 가기 어려운 사람 발걸음을 생각해
논둑과 밭둑과 길은 휘어지게 그리고
높이 떴다 지는 둥근 해가 다치지 않게
산 능선을 곡선으로 그립니다
미루나무도 개구쟁이 아이를 키우는지
물감통을 들판에 확! 엎지를 때가 있습니다
미루나무도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이 되면
붓을 빨러 냇물로 내려가다 뒹구는지
노란 물감을 흘려놓기도 합니다
미루나무의 실수는 천진해서 별이나 풀꽃이 됩니다
이러 미루나무도 심심한 날이 있어서
뭐라 뭐라 허공에 붓글씨를 쓰기도 하느데
나는 어려서 꼭 한 번 읽은 적이 있습니다.
"광규야, 가출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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