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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환의 철쭉

설정(일산) 2009. 11. 28. 06:11

철쭉

 

김남환

 

떨리는

진분홍이

눈을 찔러 아려라.

 

공작새

깃털보다

화사한 사랑이야기

 

청산에

번지는 불길

좀처럼 잡히지 않네.

 

김남환 시조시집"황진이와 달"[을지사]에서

 

높은 산계곡을 늦은 봄이나 초여름에 오르면 푸른 숲 사이사이 철쭉이 피는 것을 본다 봄에 피는 철쭉보다 어딘지 마음이 더 가고 눈길이 더 간다 그런 철쭉을 한참 바라보고 산에서 내려오는 날이면 늦은 생의 걸음이 늦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김남환 시인은 철쭉을 보며 "떨리는/진분홍이/눈을 찔러 아려라"라고 했다 철쭉의 아름다움에 눈이 아프다는 것은 세월이 그 만큼 흘러 아름다움의 소중함을 느끼고 젊음의 소중함을 느끼는 중년의 나이였을 것이란 생각을 담아 놓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86년에 시조집을 냈으니 무릇 20년 넘은 세월이 지나 늦은 철쭉처럼 내게 읽히게 되었다 마음이란 세월이 지나도 그 모습 그대로다라는 것을 글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마음을 옮겨 놓은 표현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지난 세월을 바라 볼 수 있겠는가 사람의 마음도 청산에 불 붙는 철쭉처럼 살아가며 불태우는 시절이 있다 그 시절이 지나고 나면 아, 그 아름다운 마음을 갖을 수 있었던 동기가 무엇이였겟는가 되돌아 보면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지녔기 때문이리라 김남환 시인의 철쭉은 그러한 화사한 사랑이야기처럼 피어난 철쭉의 아름다움에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활활 타오르는 마음의 아름다움을 불사르고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