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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교의 겨울강

설정(일산) 2010. 3. 24. 07:58

 

겨울강

 

 박시교

 

오늘 이 아픔들을 말로 다 못할 것이라면

무심히 그냥 그렇게 겨울강을 가 보아라

은밀히 숨죽여 우는 겨울강을 가 보아라

 

짙푸르던 강줄기는 얼붙어 멈추었고

산도 굴릴 것 같던 그 몸부림도 멎었어라

누군가 이 뜻 알겠노라면 죽어서 묵도하라

 

귀기울이면 선한 소리, 내심 의 너 겨울강아

근심의 잔뿌리랑 잔기침의 매듭꺼정

이대로 잠보다 긴 꿈, 꿈에 갇힌 겨울강아

 

이제 우리네는 밤중에도 눈을 뜨고

가슴 속은 임의로 문신한 햇덩이가 탄다지만

가진 것 다 뿌려 준 후에 가득차는 이 절망아

 

한숨의 이 씨날에 날줄은 무얼 넣나

없는 것은 다 좋고 하나쯤 있었으면 싶은

뜨거움 숨의 뜨거움을 빙판 눕힌 겨울강아

 

보겠는가, 눈 뜨고 눈감고 보겠는가

무심히 그냥 그렇게 겨울강을 보겠는가

상류로, 상류로 부터 걱정만 쌓은 겨울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