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강
박시교
오늘 이 아픔들을 말로 다 못할 것이라면
무심히 그냥 그렇게 겨울강을 가 보아라
은밀히 숨죽여 우는 겨울강을 가 보아라
짙푸르던 강줄기는 얼붙어 멈추었고
산도 굴릴 것 같던 그 몸부림도 멎었어라
누군가 이 뜻 알겠노라면 죽어서 묵도하라
귀기울이면 선한 소리, 내심 의 너 겨울강아
근심의 잔뿌리랑 잔기침의 매듭꺼정
이대로 잠보다 긴 꿈, 꿈에 갇힌 겨울강아
이제 우리네는 밤중에도 눈을 뜨고
가슴 속은 임의로 문신한 햇덩이가 탄다지만
가진 것 다 뿌려 준 후에 가득차는 이 절망아
한숨의 이 씨날에 날줄은 무얼 넣나
없는 것은 다 좋고 하나쯤 있었으면 싶은
뜨거움 숨의 뜨거움을 빙판 눕힌 겨울강아
보겠는가, 눈 뜨고 눈감고 보겠는가
무심히 그냥 그렇게 겨울강을 보겠는가
상류로, 상류로 부터 걱정만 쌓은 겨울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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