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절벽에서 외 1편
-채석강
풀꽃 김성자
바다는 밤마다 흐린 물에 울고
파도는 제 뜻과 상관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일상
바위는 긴 세월에 패여
쉰움산 정상의 얼굴을 하고
그 위로 또 썰려가는 바닷물
저 수천층 쌓아올린
채석강
저녁햇살은 절벽을 내리며
선운사 붉은 토열로
서럽게 울고 있다.
야윈 달빛이
옆구리 터진 틈새로
요요히 절벽을 오르고
산 낙지가 무엇이건 움켜잡듯
암벽 등반을 하면
밤바다에 내리는 달빛
수없이 바다를 잠방거리며
내소사 빛바랜 창살 무늬를
그려내고 있다.
겨울 숲
움츠림은 오래지않아
내 닫기 위해 숨 한 번 크게 쉬는 여유
세상 잠든 씨앗을 깨워
곧 팔랑 나비 떼 출렁일 들판을 가꾸며
샛노란 산수유 꿈 펼칠 자리에
온기 짙은 샘물 길어 올릴
관다발의 토목공사
미동 없는 것들까지 생명이 될
푸른 바람을 모으는 중
번데기처럼 꿈쩍 않는
겨울 가지에
푸른 햇빛 돋아날 책략으로
분홍가지 번져날 자리
뭇 산새소리 날아오를 채비
나무는 혼자 흔들리지 않고
숲은 숲이라 풍요를 누릴
바람이 살아갈 집을 짓는 시간
낡은 길 위에 헐리운 시그널도
곧 길을 나설 시간
김성자 약력:
경북교육청 주관 교원문예대회(시부문) 은상2회, 동상1회 수상
영상시집 <풀꽃>(2000년), 시집 <억새>(2006년) 출간
현 포항 대이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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