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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자의 빛이 절벽에서 외 1편

설정(일산) 2010. 4. 9. 08:41

빛이 절벽에서 외 1편

-채석강

 

풀꽃 김성자

 

 

 

바다는 밤마다 흐린 물에 울고

파도는 제 뜻과 상관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일상

 

바위는 긴 세월에 패여

쉰움산 정상의 얼굴을 하고

그 위로 또 썰려가는 바닷물

 

저 수천층 쌓아올린

채석강

저녁햇살은 절벽을 내리며

선운사 붉은 토열로

서럽게 울고 있다.

 

야윈 달빛이

옆구리 터진 틈새로

요요히 절벽을 오르고

산 낙지가 무엇이건 움켜잡듯

암벽 등반을 하면

 

밤바다에 내리는 달빛

수없이 바다를 잠방거리며

내소사 빛바랜 창살 무늬를

그려내고 있다.

 

 

 

 

 

 

 

 

 

 

 

겨울 숲

 

 

움츠림은 오래지않아

내 닫기 위해 숨 한 번 크게 쉬는 여유

세상 잠든 씨앗을 깨워

곧 팔랑 나비 떼 출렁일 들판을 가꾸며

샛노란 산수유 꿈 펼칠 자리에

온기 짙은 샘물 길어 올릴

관다발의 토목공사

미동 없는 것들까지 생명이 될

푸른 바람을 모으는 중

 

번데기처럼 꿈쩍 않는

겨울 가지에

푸른 햇빛 돋아날 책략으로

분홍가지 번져날 자리

뭇 산새소리 날아오를 채비

나무는 혼자 흔들리지 않고

숲은 숲이라 풍요를 누릴

바람이 살아갈 집을 짓는 시간

낡은 길 위에 헐리운 시그널도

곧 길을 나설 시간

 

 

 

김성자 약력:

경북교육청 주관 교원문예대회(시부문) 은상2회, 동상1회 수상

영상시집 <풀꽃>(2000년), 시집 <억새>(2006년) 출간

현 포항 대이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