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꽃 외 1편
한춘화
발기한 저 것
밤낮 하늘을 찔러대고 있다
거친 날숨과 들숨 끝에 걸린
봄비
곧 쏟아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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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밤하늘 허공에 붉은 십자가는
실은 피뢰침의 손잡이지
특히 붉은 불빛은 번개를 유혹하기 위한 최소한에 단장이지
봐, 사창가에 불빛도 붉잖아
사람들은 모두 손잡이만 보지
오, 주여 (나는 기도하지)
손잡이에 달린 창은 하늘을 찍어먹으려고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지
굶주린 세상은 먹이 앞에서 양보를 하지 않지
새들은 아무리 날개가 아파도
절대 십자가에서 쉬면 안 된다고 배워왔지
봐, 하늘이 찔리니까 울잖아
소리도 지르잖아
순식간에 하늘에 일부분을 삼켜버리는
무서운 식사를 하고 번들거리는 입 닦는 십자가위
먹혀버린 면적만큼 구멍이 생겼잖아
그게 별이라는 것 알잖아
봐, 차갑고 시린 별이 내 가슴에 떴어
내 가장 빛나고 반짝이는 사랑이
순식간에 날카롭게 찍혀버린 증거야
구멍 난 폐에 드나드는 바람과
레일 지나가는 머리와
오래된 계단보다 더 삐거덕거리는 다리가 기억하는
내 사랑이 먹혀버린 날은 아름다운 핏빛 가을이었지
포식자는 다시 손잡이에 붉은 빛을 달고 또 다른 먹이 찾아 떠났지
오, 주여 (나는 기도하지)
창 세워 누군가를 찍고 살아남느니
누군가에게 찢어진 하늘을 견디게 하느니
붉은 유혹 단장을 하느니
차라리 생애 단 한번 운명의 오르가즘에 오르는 일을 택한
나의 녹슨 십자가는 던져진지 오래,
오, 주여 (나는 배 고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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