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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우의 한낮의 아이 외 1편

설정(일산) 2010. 5. 6. 15:51

한낮의 아이 외 1편


 김덕우


아이가 쳐다본다

정류장, 잠시 멈춘 버스

창 속의 아이는

젊은 엄마 등에 업혀

입 속에 엄지손가락을 넣어

연신 빨고 있다

아이의 눈은

무심하다 무심함의

날카로움

햇볕에 반사된

유리조각처럼

눈부셔

자꾸 나는 다른 곳으로

눈길 돌려보아도

아이는 형체도 없이,

눈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어지러운

한낮,

버스는 아직 머물러 있고

아이가 계속 나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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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

 

 

중앙시장

분식집 앞 리어카에

폭삭 망한 공장

메이커 없는 신발들

 

물기 축축한 시장바닥

한구석 쭈그리고 앉은

검은 털고무신 같은

 

무조건 오천 원

일만 원에도 살 수 있는

 

누군가,

그 질기디 질긴

 

생고무 바닥

신발 한 켤레

 

검은 비닐봉지 속에

꼭꼭 숨겨 들고

 

몇 시간 동안

다시 데운 순대가락처럼

흐느적 시장을 나서고 있다

 

파란 줄무늬

차양막을 빠져 나와

햇살에 앞길 잠깐

눈부시다



김덕우 약력:

2009 <경남작가>로 등단, 현 경남작가회의, 통영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