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아이 외 1편
김덕우
아이가 쳐다본다
정류장, 잠시 멈춘 버스
창 속의 아이는
젊은 엄마 등에 업혀
입 속에 엄지손가락을 넣어
연신 빨고 있다
아이의 눈은
무심하다 무심함의
날카로움
햇볕에 반사된
유리조각처럼
눈부셔
자꾸 나는 다른 곳으로
눈길 돌려보아도
아이는 형체도 없이,
눈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어지러운
한낮,
버스는 아직 머물러 있고
아이가 계속 나를 쳐다본다
----------------------------------------
장날
중앙시장
분식집 앞 리어카에
폭삭 망한 공장
메이커 없는 신발들
물기 축축한 시장바닥
한구석 쭈그리고 앉은
검은 털고무신 같은
무조건 오천 원
일만 원에도 살 수 있는
누군가,
그 질기디 질긴
생고무 바닥
신발 한 켤레
검은 비닐봉지 속에
꼭꼭 숨겨 들고
몇 시간 동안
다시 데운 순대가락처럼
흐느적 시장을 나서고 있다
파란 줄무늬
차양막을 빠져 나와
햇살에 앞길 잠깐
눈부시다
김덕우 약력:
2009 <경남작가>로 등단, 현 경남작가회의, 통영문인협회 회원
'나의 문학 > 새책 또는 글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해웅의 비가 내리고 있다 외 1편 (0) | 2010.05.06 |
---|---|
이종섶의 봄밤 외 1편 (0) | 2010.05.06 |
한춘화의 파 꽃 외 1편 (0) | 2010.05.06 |
박영란의 어진 바람이거라 외 1편 (0) | 2010.05.06 |
유현숙의 보름사리 외 1편 (0) | 2010.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