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나의 시와 시조

떠나는 길 외 4편

설정(일산) 2013. 2. 1. 07:22

10-6 떠나는 길

 

1.

누에를 재웠다는 잠원역 전철 타고

원당怨堂인지 天堂인지 화정花井으로 가는 철길

폐지를 줍는 노인들 하차역下車驛은 어디일까

 

2.

화려한 긴 장례길,

육신을 묻으러 가네

 

노자돈 한 푼 없이

살덩이만 싣고 가네

한평생 모았던 재물,

모두 두고 떠났네.

 

(시조시학 2010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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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풍물시장

-골동품 금시계

 

백년쯤 세월이 묻은

순금純金의 골동骨董 시계

 

주인의 관을 덮을 때

함께 가지 못하고

 

저 홀로 세상에 버려져

남은 시간을 먹고 있네

 

(한국시조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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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그런 줄 알았다.

 

꽃 필 때는

내가 진정

꽃인 줄 알았었다

 

한 여름 초록 파도가

큰 산을 넘어갈 때

 

큰 산을 나도 그렇게

넘는 줄 알았는데. (개화 18집)

 

10-9 *다시 삼강주막三江酒幕에서

 

지 성 찬

 

수많은 민초들이 밟고 간 삼강三江나루

그 때 그 풀빛은 오늘도 푸르른데

역사는 흙에 묻힌 채 흰모래만 곱구나

 

님을 기다리며 낡아가는 세월 속에

빈 나루에 작은 배가 밧줄로 묶여 있네

가끔씩 먼지바람에 풍문風聞만 쌓여가고

 

회화나무 가지 사이 하늘은 한 없이 높고

긴 세월에 남은 것은 썩은 가지뿐이네

육중한 몸으로 하는 말, 눈빛으로 알겠네

 

봄은 꽃을 들고 문 밖에서 기다려도

회화나무 검은 가지는 내다보지 않는구나

한 줄금 비라도 와야 문을 열고 나오려나

 

칠흑 같이 어두운 밤, 등잔불도 약해지면

주모酒母는 열사흘 달을 가슴으로 퍼 담으며

그 밤에 홀로 떠난 님을 물 위에 그려 보네

 

그을린 부엌에는 무쇠솥이 걸터앉아

주인을 땅에 묻고 홀로 남아 무엇 하나

언제쯤 새 주모酒母를 만나 한 세상을 끓여보나

 

거덜 난 팔자 같은 타다 남은 숯검뎅이

인생은 타고 또 타는 기름 같은 장작 같은

모두가 타버리고도 아쉬움은 재가 되고

 

감히 인생을 안다고 말하지 마라

그대 가는 길을 안다고도 말하지 마라

술에나 취하지 않고는 이 강을 건널 수 없네

 

여기 삼강三江나루 쉬어가는 나그네여

사랑은 풀꽃 같은 것, 풀꽃처럼 떠나셔도

천여 필 옥색 비단을 끊고 갈 순 없겠네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의 세 강줄기가 몸을 섞는 삼강.

 

(미래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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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逆流의 의미

 

수없이 꺾여지며

펼쳐진 강줄기에

 

썩은 쓰레기는

운명처럼 떠내려가네

 

생명은

上流를 향해

逆流하는 핏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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