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떠나는 길
1.
누에를 재웠다는 잠원역 전철 타고
원당怨堂인지 天堂인지 화정花井으로 가는 철길
폐지를 줍는 노인들 하차역下車驛은 어디일까
2.
화려한 긴 장례길,
육신을 묻으러 가네
노자돈 한 푼 없이
살덩이만 싣고 가네
한평생 모았던 재물,
모두 두고 떠났네.
(시조시학 2010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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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풍물시장
-골동품 금시계
백년쯤 세월이 묻은
순금純金의 골동骨董 시계
주인의 관을 덮을 때
함께 가지 못하고
저 홀로 세상에 버려져
남은 시간을 먹고 있네
(한국시조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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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그런 줄 알았다.
꽃 필 때는
내가 진정
꽃인 줄 알았었다
한 여름 초록 파도가
큰 산을 넘어갈 때
큰 산을 나도 그렇게
넘는 줄 알았는데. (개화 18집)
10-9 *다시 삼강주막三江酒幕에서
지 성 찬
수많은 민초들이 밟고 간 삼강三江나루
그 때 그 풀빛은 오늘도 푸르른데
역사는 흙에 묻힌 채 흰모래만 곱구나
님을 기다리며 낡아가는 세월 속에
빈 나루에 작은 배가 밧줄로 묶여 있네
가끔씩 먼지바람에 풍문風聞만 쌓여가고
회화나무 가지 사이 하늘은 한 없이 높고
긴 세월에 남은 것은 썩은 가지뿐이네
육중한 몸으로 하는 말, 눈빛으로 알겠네
봄은 꽃을 들고 문 밖에서 기다려도
회화나무 검은 가지는 내다보지 않는구나
한 줄금 비라도 와야 문을 열고 나오려나
칠흑 같이 어두운 밤, 등잔불도 약해지면
주모酒母는 열사흘 달을 가슴으로 퍼 담으며
그 밤에 홀로 떠난 님을 물 위에 그려 보네
그을린 부엌에는 무쇠솥이 걸터앉아
주인을 땅에 묻고 홀로 남아 무엇 하나
언제쯤 새 주모酒母를 만나 한 세상을 끓여보나
거덜 난 팔자 같은 타다 남은 숯검뎅이
인생은 타고 또 타는 기름 같은 장작 같은
모두가 타버리고도 아쉬움은 재가 되고
감히 인생을 안다고 말하지 마라
그대 가는 길을 안다고도 말하지 마라
술에나 취하지 않고는 이 강을 건널 수 없네
여기 삼강三江나루 쉬어가는 나그네여
사랑은 풀꽃 같은 것, 풀꽃처럼 떠나셔도
천여 필 옥색 비단을 끊고 갈 순 없겠네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의 세 강줄기가 몸을 섞는 삼강.
(미래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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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逆流의 의미
수없이 꺾여지며
펼쳐진 강줄기에
썩은 쓰레기는
운명처럼 떠내려가네
생명은
上流를 향해
逆流하는 핏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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