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시장風物市場
특별시 서울 황학동 풍물시장風物市場 둘러보면
파산한 부잣집에 들어온 듯 착각한다
세월에 부대낀 상처로 숨 쉬는 만물상萬物相들
눈물로 얼룩진 화폭, 주정酒酊에 고장난 전축
실밥 터진 옷가지들, 금이 간 부엌 그릇
세월은 그리도 아픈가 헐값에 묶인 가격
병풍의 그림만은 예리한 칼로 도려낸다
꽃을 찾는 호랑나비 훨훨 날아 오르는데
아직도 꺾인 난초잎이 흔들리고 있구나
겉장이 찢겨나간 순정소설純情小說 책 갈피에
납작한 시간으로 곱게 접힌 연서戀書 한 장
연인의 육필肉筆 글씨는 아직도 따듯하다
무엇인가 물려주려 생각을 하지마라
오래도록 쓸려고 쌓아둘 생각마라
쌓으면 썩어버리고 도적이 들끓는다
순대국 선지해장국, 인생은 참 뜨거운 국밥
열무김치 풋고추가 시퍼렇게 꼬나본다
사는 게 별것이더나 마음 편히 사는 거다
(나래시조 2012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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