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나의 시와 시조

풍물시장風物市場

설정(일산) 2013. 2. 1. 08:22

 풍물시장風物市場

 

 

특별시 서울 황학동 풍물시장風物市場 둘러보면

파산한 부잣집에 들어온 듯 착각한다

세월에 부대낀 상처로 숨 쉬는 만물상萬物相들

 

눈물로 얼룩진 화폭, 주정酒酊에 고장난 전축

실밥 터진 옷가지들, 금이 간 부엌 그릇

세월은 그리도 아픈가 헐값에 묶인 가격

 

병풍의 그림만은 예리한 칼로 도려낸다

꽃을 찾는 호랑나비 훨훨 날아 오르는데

아직도 꺾인 난초잎이 흔들리고 있구나

 

겉장이 찢겨나간 순정소설純情小說 책 갈피에

납작한 시간으로 곱게 접힌 연서戀書 한 장

연인의 육필肉筆 글씨는 아직도 따듯하다

 

무엇인가 물려주려 생각을 하지마라

오래도록 쓸려고 쌓아둘 생각마라

쌓으면 썩어버리고 도적이 들끓는다

 

순대국 선지해장국, 인생은 참 뜨거운 국밥

열무김치 풋고추가 시퍼렇게 꼬나본다

사는 게 별것이더나 마음 편히 사는 거다

(나래시조 2012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