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통의 가치
검진 결과 암세포가 있다는 의사의 말
수술 날자 오월 십육일 어머니 소천하신 날
엄청난 사건 앞에서 오히려 담담했다
큰 병원 출입이야 남의 일로 생각했다
폐차장에 찌그러진 고철古鐵더미 떠오르고
그 옛날 수술실 흑백사진 속 어머니 그 모습도
누워있는 수술 침대로 다가온 섬뜩한 조명
마취에 점령된 생명, 죽음의 연습실에서
되돌려 받은 의식의 빛, 상황은 끝이 났다
평생토록 온갖 잡것 밥통만 채워왔다
귀하신 그 밥통이 칼날에 잘려나가니
그제사 밥통의 가치價値를 처음으로 알았다
(시와시 2012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