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나의 시와 시조

밥통의 가치

설정(일산) 2013. 2. 1. 08:35

밥통의 가치

 

검진 결과 암세포가 있다는 의사의 말

수술 날자 오월 십육일 어머니 소천하신 날

엄청난 사건 앞에서 오히려 담담했다

 

큰 병원 출입이야 남의 일로 생각했다

폐차장에 찌그러진 고철古鐵더미 떠오르고

그 옛날 수술실 흑백사진 속 어머니 그 모습도

 

누워있는 수술 침대로 다가온 섬뜩한 조명

마취에 점령된 생명, 죽음의 연습실에서

되돌려 받은 의식의 빛, 상황은 끝이 났다

 

평생토록 온갖 잡것 밥통만 채워왔다

귀하신 그 밥통이 칼날에 잘려나가니

그제사 밥통의 가치價値를 처음으로 알았다

(시와시 2012 가을호)

 

 

'나의 문학 > 나의 시와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발자국에는  (0) 2013.02.01
시들지 않는 꽃  (0) 2013.02.01
위험한 세상  (0) 2013.02.01
가는 길이 달랐다  (0) 2013.02.01
예수님  (0) 2013.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