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산 은행나무
하늘이 터를 내린 신령한 천태산엔
남으로 섬진강이 북으로는 금강이 흘러
심장이 뛰는 자리에 은행나무 우뚝 서다
옹이 박혀 늙는 중에도 초록빛 옷을 두르고
열 일곱 눈빛으로 사랑을 얘기하더라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사랑은 늙지 않더라
천년 세월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네
화살로 꽂힌 비에도 휘지 않은 곧은 풍모
구름도 가지에 걸려 떠나지를 못하네
겹겹의 나이테가 그의 몸을 묶고 있어도
화엄華嚴의 진리에 앉아 극락을 누리고 있네
세상을 모두 들어도 모른 체 눈을 감고
얼만큼 세월이 흘러 당신처럼 될 수 있나
그 적막이 너무 무거워 다가설 수 없는 품격
천태산 은행나무는 나무들의 신神이다
세상사 모든 인연 가만히 내려놓으면
가을의 끝자락에 금화처럼 부신 자태
철문鐵門을 굳게 닫고서 묵시록黙示錄을 쓰고 있다
(시에 201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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