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나의 시와 시조

여정(旅情)

설정(일산) 2009. 7. 5. 09:01

여정(旅情)

지성찬

체중(體重)도 휘청이는 욕망의 짐을 메고
향방(向方)을 모르는채, 가슴 벅찬 시발점(始發點)에
밀리는 시간의 출구, 차표(車票)를 인출한다.

차창만큼 작아진 산, 바로 거기 물도 흐르는
오늘 여기를 지나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어
화폭(畵幅)엔 담을 수 없구나, 넘치는 물소리를.

변하는 계절 따라 바뀌는 일상의 눈빛
바람은 나래를 달고 훨훨 날다가
어느날 부러진 쭉지로 세월만이 아파라.

길고 굵은 끈을 찾는다, 지고 갈 짐을 꾸리려
핒줄처럼 얽혀진 끈, 당기면 또 한짐이 된
그 짐을 묶다가 보면 그 끈에 묶여진 나.

산과 들을 넘나들다 차삯만큼 온 종착역(終着驛)
아는 이도 없거니와 저무는 설은 땅에
마지막 차표(車票) 한장의 일부인(日付印)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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