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평(淸平) 가는 길
지 성 찬
청평(淸平) 가는 길이 하늘빛에 물이 들면
하늘에서 보낸 바람도 가슴으로 길을 열어
산허리 안고 휘돌면 풀꽃들이 쏟아진다.
천마산 누운 몸이 강 쪽으로 기울었다
강을 그리워하는 그 아픈 눈망울은
오늘도 하늘을 향해 렌즈를 열고 있다.
산 밑에 작은 집이 동화 속의 그림이다
흰 구름 한 두 점이 오후에 놀다가고
몇 마리 병아리들도 날개를 달고 있다
계절 따라 갈아입는 새 옷도 옷이려니와
치미는 바위를 안고도 자세를 고쳐 앉아
조는 듯 명상에 잠겨 생각을 닦고 있다.
그림 같은 간이역(簡易驛)에 잠시 머문 기차처럼
그렇게 잠시 멈춰 뒤돌아보시게나
길가에 조용히 피었던 풀꽃 같던 그 시절을
수 없이 꽃을 주어도 계절은 항시 섭섭했다
문(門)을 닫는 계절에서 꽃은 지고 있었지만
천마산 아픈 가슴엔 청평강(淸平江)이 흘렀다
오르막 내리막 길, 휘어져 어지러운
세월 속 풍경들이 하나 둘 낡아가는
청평강(淸平江) 푸른 물굽이 저녁놀을 끌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