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새책 또는 글 소개

김기택의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설정(일산) 2009. 8. 25. 12:53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김기택

 

 

   텔레비전을 끄자
  풀벌레 소리
  어둠과 함께 방 안 가득 들어온다
  어둠 속에 들으니 벌레 소리들 환하다
  별빛이 묻어 더 낭랑하다
  귀뚜라미나 여치 같은 큰 울음 사이에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드나드는
  까맣고 좁은 통로들을 생각한다
  그 통로의 끝에 두근거리며 매달린
  어린 마음들을 생각한다
  발뒤꿈치처럼 두꺼운 내 귀에 부딪쳤다가
  되돌아간 소리들을 생각한다
  브라운관이 뿜어낸 현란한 빛이
  내 눈과 귀를 두껍게 채우는 동안
  그 울음소리들은 수없이 나에게 왔다가
  너무 단단한 벽에 놀라 되돌아갔을 것이다
  하루살이들처럼 전등에 부딪쳤다가 

  바닥에 새카맣게 떨어졌을 것이다
  크게 밤공기 들이쉬니

  허파 속으로 그 소리들이 들어온다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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