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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선의 삼치구이 집 외 1편

설정(일산) 2009. 8. 28. 22:20

삼치구이 집 외 1편

 

고광선

 

열아홉 숫처녀 가슴에 동백꽃이 핀다

 

흘림걸그물에서 꿈을 꾸던 

조심스런 어부의 손길이 그립다

차가운 갑판

어지러운 배멀미 토한다

새벽시장

빙빙도는 차멀미를 토한다

 

긁힌 상처자국 간간이 염(鹽)을 하고 

침묵이 이글이글 타는 연탄에 오른다

붉은 상혈, 비릿하게 부풀어 오른 살점

뼈마디 사이에서 안간힘으로 버티다

목숨줄 놓고서 석쇠에 피운

꽃, 젓가락으로 꽃잎을 헤집어 

뼛 속에 숨은 검은 아픔을 펼친다

골수에 흐르던 우윳빛 슬픔이 넘친다

 

연도(羨道)를 지나는 사람들의 긴 줄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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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사피엔스

 

 

내 나이는 1500살 이다

나는 시험관 속에서 세상에 나왔다

내 동생은 1000살 이다

동생도 차디찬 시험관에서 세상에 나왔다

 

어두운 밀폐 공간 몽롱한 의식의 시험관 속

선잠이 깨어 나팔관에 수정된 정충들이 부활의 꿈을 꾼지 아홉 달 반

혁거세라는 사내의 울음을 재현해 세상에 나왔다

 

아버지의 나이는 4342살이다

어머니의 나이는 2009살이다

 

아버지의 몸 곳곳에 아버지가 여럿이 산다

어머니의 몸 곳곳에 어머니가 여럿이 산다

내 몸 곳곳에 내가 여럿이 산다

동생의 몸 곳곳에 동생이 여럿이 산다

 

호모사피엔스가 

영생을 그리던 별엔 

녹슨 사이보그가 울울창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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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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