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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개척하는 시인-함민복 (임영석)

설정(일산) 2009. 9. 6. 18:50

자연의 섭리를 진실하게 바라보는 시인 / 함민복 시인

 

임영석

 

 자연의 섭리를 진실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자연의 습성에 삶을 맞추어 살아가는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다. 도시의 일부 아이들은 벼를 쌀나무 부르고 있다고 한다. 자연을 가까이 접하지 않고 살아가기 때문이리라. 함민복 시인의 시집 『말랑말랑한 힘 』,[문학세계사,2005]을 읽으며 자연에 대한 진실한 고백이 눈물이 날만큼 감동을 주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함민복 시인은 우리 시대에 흔하지 않은 참다운 시인의 삶을 살아가려고 스스로 억척스럽고 고통을 안겨주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시인이라 생각한다.

 자연을 말할 때 필자는 꿈을 바라보는 느낌이라 말한다. 자연의 모든 생각은 꿈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삶도 꿈속 같은 세상이라 여기고 싶다. 어느 스님의 글 중에 꿈속에서 불이 났다면 도움을 청할 것인지, 불을 끌 것인지, 귀중품을 들고 뛰쳐나올 것인지에만 골몰하지 꿈속에서 깨어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꿈을 꾸다가 꿈속에서 깨고 나면 꿈속의 일들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겨진다, 스님의 글은 아무리 험악하고 고통스러운 삶이라 해도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는냐라는 것이다 .

 함민복 시인의 시는 바로 스님의 글처럼 꿈속에서 고통스럽게 꿈만 꾸지 말고 자연의 섭리로 바로 보고 느끼는 그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마음인가라는 것을 터득하게 해 준다.

 

 

물울타리를 둘렀다

 

울타리가 가장 낮다

 

울타리가 모두 길이다

 

함민복 시집 『말랑말랑한 힘 』,[문학세계사.2005]

 

 섬이라는 시는 짧고 명료하다. 그러나 시 속에 담긴 섬은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 놓은 듯 힘 있고 세밀한 여백이 넘친다. 바다라는 말 대신에 물울타리라는 표현으로 얼마나 정직한 마음을 담아내고 있는가. 이러한 표현은 함민복 시인이 바다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고 다정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또한, 울타리가 모두 뱃길이 되어주어 바다도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임을 각인시켜 주고 있다. 수만 번 마음의 길을 내지 않고는 바라볼 수 없는 정신세계라고 본다.

 

그리움

 

천만 결 물살에도 배 그림자 지워지지 않는다

 

함민복 시집 『말랑말랑한 힘 』,[문학세계사.2005]

 

 그리움이라는 게 무엇인가. 내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생각들이 아닌가. 바다도 무엇이 그리워 천만 결 물살이 오고 가도 배 그림자를 지우지 않는다고 했다. 넓고 넓은 바다라 하여 무엇이든 다 잊고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망망한 바다도 사람이 살아가는 소리, 그 소리가 그리웠을 것이다. 바다는 넓고 깊지만 제 몸속에 들어와 살겠다는 배 그림자까지 따뜻하게 받아주는 마음이 없이는 바라볼 수 없는 풍경이 아닌가 한다. 함민복 시인의 마음이 바다이기 때문에 천만 결 살에도 지워지지 않는 배 그림자를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라 본다.

 

 뻘 밭

 

부드러움 속엔 집들이 참 많기도 하지

집들이 다 구멍이네

구멍에서 태어난 물들

모여 만든 집들도 다 구멍이네

딱딱한 모시조개 구멍 옆 게 구멍 낙지 구멍

갯지렁이 구멍 그 옆에도 또 구멍구멍구멍

딱딱한 놈들도 부드러운 놈들도

제 몸보다 높은 곳에 집을 지은 놈 하나 없네

 

함민복 시집 『말랑말랑한 힘 』,[문학세계사.2005]

 

 뻘밭을 통해 함민복 시인은 사람 세상과 뻘밭에 살아가는 생명과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사람의 세상에서는 좀 더 높고 크고 거대한 집을 소유해야 한다는 소요 욕에 사로잡혀 살지만, 뻘밭의 생명체들은 자연이 주는 순리를 거역하지 않고 뻘속에 집을 짓고 살아간다. "제 몸보다 높은 곳에 집을 지은 놈 하나 없네" 라는 말에서 사람의 문명을 향해 고래고래 외마디 함성을 지르는 듯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하다.

 

  함민복 시인의 시집『말랑말랑한 힘 』에는 "섬이 섬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산문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진솔한 마음을 말하고 있다. 필자는 그 산문을 읽으며 자연은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어떤 사상도 갖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자연은 자연 그 자체가 사상이라는 것이다. 생명이 살아가는 힘, 그것이 가장 위대한 사상이라 생각한다. 자연 앞에서는 어떠한 힘도 바로 설 수 없다는 것이다. 생명이 살아가는 가치를 노력한 댓가 만큼 이루어지는 곳이 자연 속에는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함민복 시인은 자연의 섭리를 통해 인간 세상의 복잡한 삶을 꾸짖는 듯하다. 자연 속에서는 외국어를 유창하게 할 줄 몰라도 바라보고 느끼는 것으로 소통할 수 있다. 필자가 서두에 스님의 글을 인용해 꿈속에서 불이 났다면 도움을 청할 것인지, 불을 끌 것인지, 귀중품을 갖고 나올 것인지에만 골몰하지 꿈속에서 깨어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함민복 시인의 시는 바로 우리들의 세상 삶에서 꿈속의 불길에서 허둥대지 말고 꿈에서 깨어나 바르고 정직한 마음을 간직하면 바라볼 수 있는 자연의 섭리를 어머니의 가슴처럼 포근하게 느끼게 해 준다. 자연과 하나의 몸이 되어 살아가는 시인의 마음이 깊게 담겨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루 관광 나들이로 자연을 바라보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경문 같은 말을 새겨주는 참 시인이라 하겠다. 

 

 

함민복

1962년 충북 중원군 노은면 출생, 1988년 《세계의 문학 》에 시 「성선설 」등을 발표 등단.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 시집으로 『우울씨의 일일 』, 『자본주의의 약속 』,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 『말랑말랑한 힘 』이 있고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 』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