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각사에서
정 경 화
솔 한 그루 거느려도 저리 슬프지 않을 것을
조밭머리 흐느적대는 눈먼 바람만이
학소대 갇힌 물소리를 진양조로 풀었다
세월의 뒤안에서는 석탑마저 안거에 드나
법당 안 딛은 발을 내 차마 꺼내지 못하고
말없이 청산을 넘는 구름 법문을 듣는다
유사遺史의 어느 상류, 희미하게 떠돌다 가는
큰 스님 발자국 곁에 젖은 신발을 벗으면
뿔 고운 기린 한 마리 장경長經 속을 걸어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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