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새책 또는 글 소개

정경화의 인각사에서

설정(일산) 2009. 9. 14. 14:59

 

 

 인각사에서

 

  정 경 화

 

솔 한 그루 거느려도 저리 슬프지 않을 것을

조밭머리 흐느적대는 눈먼 바람만이

학소대 갇힌 물소리를 진양조로 풀었다

 

세월의 뒤안에서는 석탑마저 안거에 드나

법당 안 딛은 발을 내 차마 꺼내지 못하고

말없이 청산을 넘는 구름 법문을 듣는다

 

유사遺史의 어느 상류, 희미하게 떠돌다 가는

큰 스님 발자국 곁에 젖은 신발을 벗으면

뿔 고운 기린 한 마리 장경長經 속을 걸어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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